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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개월 동안 조심스럽게 행동했던 막무기는 슬슬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곳이 어디에 있는 천참인지는 몰라도, 신념이 제한되는 것 외에는 어떠한 위험도 없어 보였다. 다만, 아쉬운 점은 수련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막무기의 불후범인결은 길을 가면서도 충분히 수련할 수 있는 공법이었지만, 어째서인지 이곳에서는 수련이 되지 않았다. 또한 연체 경지는 이미 신체 9단계 정상에 올라, 이런 곳에서 경지가 올라갈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다. 그나마 막무기는 가면서 신념을 조금씩 단련할 수 있다는 걸로 위안을 삼았다.
그렇게 1년이 흐르고, 30m밖에 뻗지 못했던 막무기의 신념은 이제 300m 밖으로 뻗을 수 있게 되었다. 이곳에는 어떠한 규율이 존재했는데, 막무기는 이러한 규율을 피해 신념을 뻗어야만 더 길게 뻗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규율에 익숙해진 지금은 규율을 피하지 않아도 300m 정도는 가볍게 신념을 뻗을 수 있게 되었다.
막무기는 마음을 가다듬고 신념을 단련하며 길을 재촉했다.
바로 그 때, 막무기는 생명의 위협이 느껴져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는 곧바로 신념으로 앞을 살펴보고 영안을 펼쳐 보기도 했지만, 사방이 그저 희뿌옇게 보일 뿐이었다.
막무기는 락서를 반지 안에 넣고, 반지 안에 넣어 두었던 벽돌과 천기곤을 불후계에 넣은 뒤 조심스럽게 전진했다. 수많은 위협을 받아왔던 막무기는 자신이 수련하는 범인도가 생명의 위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위기는 더욱 짙게 느껴졌다. 다른 곳이었다면 주저 없이 발걸음을 돌렸겠지만, 허공 천참에서는 오로지 전진만이 있을 뿐 퇴로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1년을 넘게 걸었는데, 걸어온 길에 새로운 위협이 생기지 않았을 거라는 보장 또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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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km 정도 전진한 막무기는 엔트리파워볼 걸음을 멈췄다. 그의 앞에는 비스듬히 바닥에 꽂혀 있는 녹슨 손잡이가 보였다. 땅에 묻힌 부분은 신념으로도 볼 수 없었고, 보이는 건 오로지 법기의 손잡이로 보이는 부분뿐이었다.
제신탑에서 교활한 우민강을 만나 본 적이 있던 막무기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이곳에 수사가 찾아오는 건 처음이군. 자네는 어디서 온 누구인가?” 순간, 온화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막무기는 깜짝 놀랐다. 목소리는 분명 앞에 있는 손잡이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허공에서 EOS파워볼 싸우다가 급한 마음에 부적을 사용했는데, 이곳으로 흘러 들어오게 됐습니다.” 막무기는 수상한 목소리에게 사실대로 말해 줄 생각은 없었다.
“하하. 거짓말이 서툴구나. 그래서 자네는 천기오칙 중 무엇을 손에 넣었는가?” 목소리는 막무기가 어쩌다가 이곳에 왔는지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막무기는 ‘천기오칙’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순식간에 목소리의 주인의 정체를 눈치챘다.
‘이 자식이 천기 기운 덮개를 설치한 놈이구나. 설마 아직 살아 있었을 줄이야. 선계의 기운을 전부 뽑아가려 했던 놈이니 제대로 된 놈일 리가 없어.’ “자네의 추측대로 천기 기운 덮개를 설치한 건 바로 이 몸일세. 자네도 그 덕을 크게 보지 않았나?” 목소리는 마치 막무기의 생각을 전부 꿰뚫어 보는 것처럼 말했다.

막무기는 조용히 녹이 슨 손잡이를 바라봤다.
‘이 자식… 로투스바카라 설마 내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건가?’ “그래서 내 정신을 지배해서 내가 손에 넣은 기운을 빼앗을 생각인가?” 막무기가 갑작스럽게 물었다.
“정말 계면의 로투스홀짝 기운을 손에 넣은 것이냐!?” 그러자 감격에 겨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막무기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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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게 아니었군.’ “하하. 머리가 잘 돌아가는 놈이군. 내 추측이 맞는다면 자네는 기운을 손에 넣기는커녕 법기로 내 천기 기운 덮개를 부순 뒤, 붕괴에 말려들어 이곳까지 흘러 들어오게 된 것이겠지. 이곳까지 무사히 도달한 걸 보니 자네는 신체 후기의 연체 강자인가 보군.” 막무기는 그 말을 듣고 더욱 안심했다.
‘놈도 아직 내가 기운을 손에 넣지 못했다고 100% 확신은 못하고 날 떠보고 있어. 몸에 담은 기운을 옮길 수 있는 건가? 이유가 있어서 어딘 가에 갇혀 있는 것이고, 내가 기운을 손에 넣었다는 걸 확인한 순간 기운을 빼앗을 셈이군.’ “당장 누군지 밝히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가겠다.” 막무기가 담담하게 말했다.
“굳이 숨길 오픈홀덤 생각은 없네. 이 몸은 곤온(坤蕴)이다. 자네는 내가 갇혀 있다는 걸 눈치챘겠지만, 자네 또한 어디로 가든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할 걸세.” “그건 또 무슨 뜻이지?”
막무기가 녹슨 손잡이를 경계하며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곤온은 막무기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침묵했다.
“어이, 대답해. 뭘 어쩌겠다는 거야?” 족히 1시간이 넘도록 이어진 침묵에 참지 못하고 막무기가 소리쳤다.
얼마 후, 다시 곤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네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날 경계해서야 무슨 부탁을 해도 소용없겠지. 이렇게 하는 건 어떤가? 자네가 손에 넣은 기운을 조금 나눠주게. 그렇게 해준다면 나가는 방법을 알려주겠네.” 곤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막무기는 큰 진동을 느꼈다. 이어서 천참의 가장자리가 무너져 내렸다.
막무기는 순식간에 뒤로 물러났다. 그가 조금 전까지 서 있던 자리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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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있는 일이니, 신경 쓰지 말게. 무너진 곳은 금방 원래대로 돌아오고, 또다시 무너지기를 반복한다네. 한때 둘레 백만 리 정도가 한 번에 무너진 적도 있었지…….” 막무기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는 이전에 반선역에서 이와 비슷한 광경을 본 적이 있었다. 반선역에서 사람들은 무너져 내리는 죽음의 광구를 보고, 광구에 생명이 깃들어 있다고 말하곤 했었다.
막무기는 선계에서 안리를 만나고 난 뒤 죽음의 광구의 정체를 분명하게 파악했었다. 죽음의 광구는 최상급 수사의 신해였고, 죽음의 광구에서 캐던 선격석은 신해염정(识海念晶)이었다.
막무기는 반선역의 죽음의 광구를 떠올린 순간, 식은땀이 흘렀다.

‘여긴 천참이 아니라 거대한 신해 속이었어…….’ 막무기의 신해도 거대했지만, 이곳과 비교하면 그의 신해는 바닷속의 물 한 방울이나 마찬가지였다. 반선역에 있는 죽음의 광구조차 이곳에 비하면 협소하기 그지없었다.
‘곤온… 마음대로 이곳을 무너뜨리는 걸 보니 이놈이 이 신해의 주인이구나.’ 막무기는 식은땀이 흘렀다. 그는 설마 자신이 타인의 신해에 떨어졌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다.
‘저 손잡이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는 건 날 속이기 위함인가? 이곳이 곤온의 신해라면 목소리는 어디서든 들려올 수 있는 거잖아? 어디로 가든 나갈 수 없다는 말은 사실이었군…….’ 막무기가 갑자기 생명의 위기를 느낀 건 곤온의 제한을 받았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겁을 많이 먹은 것 같은데, 자네의 연체 경지라면 1만 년 정도는 버틸 수 있으니 안심하게.” 곤온이 담담하게 말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손에 넣은 기운을 너에게 나눠줄 수 있는 거지?” 막무기는 애써 냉정함을 유지한 척 연기했다. 그는 곤온이 부상을 입은 것처럼 보여도 자신이 곤온의 세력권 안에 들어와 있는 이상,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 손잡이가 보이는가? 그건 최상급 법기라네. 내 원신은 지금 그곳에 담겨 있지. 지금은 너무 허약해진 탓에 원신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네. 그러니 그 손잡이를 잡고 여기에 나와 있는 대로 해주게.” 곤온의 목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옥책 한 권이 막무기의 앞에 떨어졌다.
막무기는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었다. 그는 만약 이곳이 신해라는 걸 알지 못했다면 곤온의 말을 믿었을지도 모른다. 보통 원신은 최상급 법보나 법기에 숨기기 마련이고, 이전에 만났던 우민강도 돌 안에 원신을 숨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이 신해라는 걸 안 이상, 막무기가 순순히 곤온의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

‘자신의 신해 속에 있으면서 굳이 법기에 의존할 필요가 있다고?’ “많이는 필요 없네. 3할… 아니 2할만 나눠주게.” 막무기가 망설이는 것처럼 보이자, 곤온이 말을 덧붙였다.
막무기는 저신락의 신념을 뻗은 순간, 강한 위기감이 들어 순식간에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위기감이 수그러들자 그 자리에 멈춰 섰다.
“협력할 생각이 없나 보군… 그렇다면 되었네.” 곤온은 막무기가 뒤로 물러나는 걸 보고 실망한 듯이 말했다.
막무기는 신념으로 옥책을 살펴봤지만 아무런 문제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가 신념을 거두고 저신락의 신념으로 옥책을 살펴본 순간, 옅은 기운이 느껴졌다.
막무기는 순식간에 상황을 판단했다.
‘대단한 놈… 나한테 녹슨 손잡이를 의심하게 해놓고, 사실 진짜 위험한 건 저 옥책이었어…….’ 막무기가 신념을 거두려는 순간, 곤온이 깜짝 놀란 듯이 말했다.

“설마 저신락을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 막무기는 더 이상 곤온을 상대하지 않았다. 아니, 겁을 먹고 말을 하지 못했다. 그가 맥락 수련을 창시한 이래 ‘저신락’을 알아본 사람은 곤온을 제외하면 지금껏 단 한 명도 없었다.
“자, 자네 설마 영근도, 원신도 없는 범인인 겐가!? 진정 범인의 맥락 수련을 창시해 낸 것인가!? 어떻게 그걸…….” 곤온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질문을 쏟아냈다.
곤온의 무서움을 알아 버린 막무기는 곤온을 무시했다. 막무기는 곤온이 우민강을 훨씬 능가하는 능구렁이라고 생각했다.
“더 이상 잔꾀를 부리지 않겠다고 약속할 테니 이쪽으로 와보게. 자네한테 아주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겠네. 조금 전에 잔꾀를 부린 건 사과하겠네. 하지만, 절대 악의가 있었던 건 아니었네.” 곤온이 절박한 듯이 말했다. 그는 그제야 막무기가 자신의 살기를 느낄 수 있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범인도를 수련한 자라니… 지금은 아직 풋내기에 불과하지만, 장차 우주 최강자가 될지도 몰라. 설마 그 칠칠치 못한 놈의 말이 옳았을 줄이야… 비웃음을 사면서도 끝까지 영근이 없는 범인 또한 수련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었는데……. 설마 정말로 각 계역 대부분의 수련이 말법(末法)에 가까운 지금 범인도를 창시해 낼 줄이야. 이 얼마나 대단한 자인가…….’ 곤온은 진작 막무기가 범인도를 수련했다는 걸 알았다면, 막무기를 이렇게 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젊은 범인도 수련자를 위해서라면 현재 회복하고 있는 거대한 신해를 포함한 모든 것을 내려놓을 자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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